대한민국을 떠들석하게 했던 황우석 사건에 대한 영화다.
영화 초반부에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내용이라는 책임회피(?)성 문구를 친절하게 띄우긴 하는데, 사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원작을 각색한 영화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 같다.
원작은 '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드려야 할까요?' 란 제목의 책이다. 황우석 사태를 주도적으로 밝혀낸 PD수첩을 대표하여 황학수 씨가 쓴 책이다.
황우석에 관한 내용을 영화화 한다고 했을 때, 이책의 존재를 알게됐고 바로 구매해서 읽어보았다.
읽고난 느낌은 과거 사건에 대한 감회도 새로웠지만, 이것을 어떻게 영화화 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 더 정확하게 말하면 우려가 앞섰다.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과정 자체가 뒤죽박죽일 뿐만아니라, 증거의 입수나 증명 역시 일정한 시간과 공간의 흐름대로 벌어지지 않기에, 드라마로는 적합한 소재일지 모르겠지만 2시간 남짓의 영화로는 괜히 사건만 나열하다가 뜬금없이 황우석이 응징되는 식의 마무리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결론 먼저 말하자면, 생각외로 영화적 구성을 잘했다는 느낌이다.
책에 비해 비교적 장황한듯한 내용들은 잘 추려냈고, 여러 인물들이 정신없이 등장하는 부분 역시
박해일(윤민철PD역), 송하윤(김이슬 역) 둘의 비중을 늘려 사건의 인과 위주로 개연성있게 구성했다.
뭐 김이슬이 논문 분석하고, 유전자 감식, 과학싸이트 검증, 제보자 인터뷰 등등 모든걸 다하는 강제 ACE가 된 것은 영화화 하면서 어쩔 수 없는 부분으로 넘어가야 될 것 이다.
결말 자체는 실제와 거의 흡사하다. 이장환 박사(책에서 황우석 역)에 대한 PD수첩이 방송되면서,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는 훈훈한 마무리로 이어진다.
황우석 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다수의 국민들은 영화속 이장환 박사 추종자와 다름이 없는 모습을 보였을 것이다. 물론 나 역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과학자로서의 황우석을 옹호하는 입장으로 친구녀석과 설전을 벌였던 기억이 있다.
어떤 일이건 일정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더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있다. 과연 당시 대다수의 국민, 그리고 내가 옹호했던 것은 과연 무엇일까.
줄기세포 복제 기술이 완성되어 난치병 환자가 기적처럼 완치되고, 국익이 미친듯이 창출될 것이란 기대인가.
아니면 단지 한국인 출신의 세계적인 과학자의 등장으로 생겨난 나의 자부심이 훼손되지 않기를 바랐던 마음인가.
개인적으로 나는 후자에 더 가까웠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황우석이 줄기세포를 성공한들, 당장 나의 삶에 일어날 변화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것을 대부분의 사람은 알고 있음에도 황우석이 참이고 PD수첩이 거짓이기를 원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진실을 눈앞에 갖다대도 그것을 손바닥으로까지 가려가며 보지 않으려 했던 모습들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진실은 국익이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메세지이다. 과거 황우석 사태에는,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진실이 승리했고, 결과적으로 옳은 방향으로 일이 진행됐다. 지난 후에 돌아본 황우석 신드롬은 비정상적인 부분이 많았다. 설령 수년내에 줄기세포가 완성됐다고 한들, 작중 언급처럼 상용화되기까지는 수년, 혹은 수십년이 소요될지도 모르며 온 국가의 여력을 황우석에게 몰빵하는 사태가 수년동안 더 되풀이 됐을지도 몰랐던 일이다.
중요한 것은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이고, 많은 부분에서 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 과연 지금 우리는, 언론은 진실한가.
- 결국 진실을 밝혀낸 것은 한 용기 있는 내부 고발자의 제보였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서 내부고발자는 안전할 수 있을까.